“그러나 그들은, 예수가 살아 계시다는 것과, 마리아가 예수를 목격했다는 말을 듣고서도, 믿지 않았다. 그 뒤에 그들 가운데 두 사람이 걸어서 시골로 내려가는데, 예수께서는 다른 모습으로 그들에게 나타나셨다. 그들은 다른 제자들에게 되돌아가서 알렸으나, 제자들은 그들의 말도 믿지 않았다.(마가복음 16:11~13절 새번역성경)”
마태복음을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나온다. 나사렛 예수는 유대인들과 로마제국에 의해 죽임을 당하기 전부터 제자들에게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할 것’을 여러 번 얘기해 두었었다. 보통의 일상이 계속되는 동안 자신이 죽게 될 것, 그것도 곧 죽게 될 것을 알고서도 담담하게 생활했다는 게 놀랍다. 평범한 사람치고 죽을 날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경우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죽게 될지도 알았다. 그리고 그렇게 죽은 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게 된다니!... 나 같은 보통의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교회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사람도 다 알 듯이, 나사렛 예수는 자신이 예언한대로 죽었고, 또 예언한대로 다시 살아나셨다고 성경은 기록한다. 죽은 자의 부활은 이천 년 전이라고 해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인 일인지, 께름칙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예수를 죽인 사람들 가운데 공범이라고 할 수 있는 유대의 지도자들, 대제사장들은 이 말을 마음에 담아 두었다. 그리고 여지없이 그 일은 일어나고 말았다. 지키고 있던 경비병들은 부활의 아침에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도망을 쳤고, 예수의 시신은 사라지고 없었다. 성경은 부활하신 나사렛 예수가 제자들과 그를 따르던 여자들에게 나타났고, 다시 살아났음을 보이셨으며, 사명을 주셨다고 한다. 어쨌든, 당국에선 큰 일이 발생한 것이다. 부활 여부도 문제지만, 제자리에 있어야 할 시신을 지키지 못한 책임도 져야 자신들의 몫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꾀를 생각해 낸다. 「대제사장들은 장로들과 함께 모여 의논한 끝에, 병사들에게 은돈을 많이 집어 주고 말하였다. "'예수의 제자들이 밤중에 와서, 우리가 잠든 사이에 시체를 훔쳐갔다' 하고 말하여라.」(마태복음 28:12~13절 새번역성경)
이야기가 더 전개되지만, 이후로 이 세계에는 변화가 생겼다. 교회가 이곳저곳에 세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역사에 첫발을 내디딘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는 구약의 정신에 따라 어떤 형상이나 모양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기독교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신기한(?) 종교가 되었다. 보통의 종교에서 찾을 수 있는 세 가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3무(無)다. 첫번 째로 그리스도교는 성전이 없다. 기독교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종종 교회당(예배당)이나 고대의 건축물을 교회라고 부르지만, 사실 기독교 신앙에서 그곳은 공간에 불과하다. 굳이 성전이라는 말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 또는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해야 맞다. 두 번째는 제사장이 없다. 이 부분은 좀 뜻밖일 수도 있겠다. 교회에 가면, 목회자가 있지 않은가? 목사나 전도사 등등... 사실은 이렇다. 이들은 ‘말씀을 맡은 이들’일 뿐 엄밀한 의미에서 제사를 집전하는 제사장은 아니다. 성경도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중보자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뿐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므로 기독교에 (대)제사장을 굳이 언급하려면, 모든 인류를 대신해 십자가에서 죽은 나사렛 예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형상 또는 우상’이 없다. 오래된 전통 사찰에 가본 분들은 거대하고, 웅장한 온갖 형상들을 볼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교회는 그런 형상들을 만드는 일에 소극적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자칫하면, 그리스도인들이 섬기는 하나님(성부), 예수(성자), 성령의 능력과 섭리, 위대함을 인간이 만든 형상에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런 형상을 신(神)처럼 숭배하는 이들조차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리스도인들이 형상을 만드는 일에 소극적이지만, 거의 유일하게 만드는 게 있다. 십자가. 십자가는 고대 로마의 사형도구였다. 가장 잔혹하고, 무자비한 처형 도구였던 이 십자가가 기독교의 상징이 된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리스도인들은 십자가를 보면서, 그리스도를 생각한다. 그리스도의 희생, 나사렛 예수의 헌신, 하나님의 사랑의 근거인 십자가를 보면서, 점점 그분을, 그분의 삶을 닮아가기를 소망한다.
길게 길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근래에도 우스운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레알 마드리드’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최근 PSG(빠리생제르맹)의 음바페 선수가 그곳으로 이적을 결심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스페인 명문이자, 세계 최고의 빅클럽인 레알 마드리드의 엠블럼에는 ‘십자가’가 그려져 있다. 스페인이 전통적으로 로마 가톨릭 국가이기 때문인데, 얼마 전부터는 특정 지역에서 십자가를 제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딜까? 중동의 아랍 국가에서 클럽의 이미지를 확장하기 위해 맨 윗부분의 십자가만을 제거한 엠블럼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나는 오늘 거의 10년은 된 해묵은 이야기를 꺼냈다. 예수를 죽여 가둔 무덤에 큰 바위를 닫고, 그곳을 지키던 사람들이, 나중에 허겁지겁 ‘예수의 시신을 제자들이 훔쳐갔다’고 소문을 퍼뜨리던 그 우스꽝스런 모습이 생각나서다. 엠블럼의 십자가를 떼면, 나사렛 예수가 죽지 않은 걸까? 그림에서 십자가를 지우고 예수의 부활도 없었다고 소문을 퍼뜨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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